1.퇴근하기 직전, 갑자기 배가 딱딱해지는 느낌이 들더니 왼쪽 옆구리쪽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싸하게 아픈 통증이 아니라 아! 하고 소리가 날만한 그런 통증이었다. 퇴근하려 일어났던 몸을 다시 의자에 앉히고 조금 기다렸다. 그래도 차도가 없어 빨리 집에가서 눕는게 낫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퇴근길에 몸을 실었다.


2. 제발 임신부석이 비어있어라 하고 지하철을 탔는데, 역시나 웬 아주머니 한분이 떡하니 앉아있었다. 하 일어나달라고 말을 해야하나 고민하는 찰나에 건너편 임산부석이 비어있어 그 곳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도 통증은 계속되었고 겨우 역에서 내려 집에 도착했다.





3. 샌들을 벗을 힘도 없어 남편몬에게 신발 좀 벗겨달라하며 집에 들어왔다. 누워있어도 통증은 계속되었고 베이비카페에 들어가서 나와 같은 주수의 게시판에 '배뭉침'을 검색하니 참 많은 글들이 나왔다. 다시 '배뭉침 통증'을 검색하니 통증이 있으면 무조건 병원에 가야한다는 후기글들이 많이 나왔다. 안되겠다싶어 병원에 전화를 하였더니 곧 내원시간이 끝나 내일 아침에 방문해달라하였고 혹시 통증이 계속되면 분만실 쪽이 24시간 운영이니 그 쪽으로 오면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4. 10분을 더 있어도 통증은 계속되었고 병원에 가는게 낫겠다 싶었다. 아니면 아닌거지만 병원에 가지 않았다가 나중에 더 좋지 않은 결과가 있을 경우 엄청난 후회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남편몬에 반 의지한채로 병원에 도착해 분만실 층으로 갔다. 그 곳에서 진통기계로 나의 통증을 측정했다. 20분 정도 기계를 돌리니 너무나도 명확하게 주기적인 산을 그리는 그래프가 나왔다. 간호사 선생님이 22주에 이런 진통이 있으면 안된다고 이런 그래프는 안좋은 결과라며 퇴근했던 원장쌤을 콜 했다.



5. 몇십분이 있다가 너무나도 죄송스럽게도 퇴근했던 원장쌤이 돌아오셨고 질초음파로 자궁경부길이를 쟀다. 4cm로 괜찮다고 하였고 곧이어 배 초음파로 아기의 상태와 양수 양 등을 체크하였다. 아기는 심장도 잘 뛰고 2주 만에 고새 그만큼 잘 자라 있었다. 양수의 양도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그러나 자궁수축이 온 것은 맞고 빨리 약을 먹고 링거를 맞기로 했다. 이 처방에도 그래프가 다시 주기적인 산을 그릴 경우 입원하여 자궁수축억제제를 맞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





6. 입원도 상관없고 뭘 맞아도 상관없으니 영웅이만 괜찮기를 바랬다. 아무 이벤트 없이 딱 딱 병원 정기검진에만 병원을 다니는게 소원이었는데 이렇게 야간진료 신세까지 진게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이렇게 배뭉침으로 입원한 경우를 종종 봐왔던 터라 극도의 불안 상태는 아니었던게 참 다행이었다.



7. 일단 자궁경부길이가 길어서 안정권이라는 말에 안심을 한채로 처방받아 남편몬이 뛰어가서 사온 혈관확장 약을 먹고 링거를 맞았다. 1000ml를 빠른 속도로 맞으니 미친듯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200ml가량 남았을때 진통을 다시 측정했고 이제는 하나의 산도 없는 일직선의 그래프가 기계에서 나왔다. 이제 집에 가도 되겠다는 간호사 샘의 말을 듣자마자 화장실로 향했고 남편몬에게 아주 적나라하게 소변보는 모습을 보였다. 당장 내 몸이 힘드니 나중에 분만하고 병수발 잘 들어줘야 된다며 민망함에 큰소리만 쳤다. (ㅋㅋㅋ)


8. 집에 왔을때는 다시 말랑말랑해진 배가 너무나 반가웠고 고마웠다. 남편몬과 내가 늘 배를 쓰다듬으며 "영웅아~ 얼른 나와서 엄마아빠랑 같이 노올자~" 해서 영웅이가 빨리 나오고 싶었나 괜히 반성했다. 영웅이도 안정되었는지 소파에 누워있으니 폭풍태동을 시작했다. 남편몬은 배에다 대고 "영웅아 오늘 아파서 병원갔었징? 푹 쉬엉~~" 하는데 아팠던 사람은 바로 나였다고 어리광을 부렸다.


9. 안정된 마음으로 잠을 청했는데 새벽 다섯시쯤 갑자기 어제와는 또다른 배 통증이 찾아왔다. 콕콕이 아니라 싸~ 하게 전체적으로 아픈 통증이었다. 으악 또 시작인가 하는 마음에 너무 무서웠다. 이런 주기적 배뭉침이 자주오면 어떡하지 하고 너무 걱정이 됐다. 다행히도 이리저리 옆으로 누워 자세를 바꾸니 통증이 가라앉고 다시 잠에 들 수 있었다. 금요일인 오늘은 연차를 내고 집에서 쉬기로 했다. 배뭉침의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무리하지 않고 쉬어야겠댜 생각을 했다. 회사에서도 최대한 부처같은 마음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썽 내지 말아야지..


10. 무엇보다 분만실이 있는 병원으로 처음부터 선택하길 잘했다 싶다. 이렇게 중기에 위급할때도 언제든지 병원에 갈 수 있게 말이다. 원장쌤도 작은불 끄는게 큰불 끄는것보다 훨씬 좋지 않겠냐며 잘 왔다 하셨다. 나 때문에 고생하신 분만실 간호사쌤 두분과 원장쌤에게 무한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리겠습니당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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