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7주를 지내고 있는 요즘.
태동이 리얼로 격해진다. 와 이렇게 태동이 격해질 수 있구나를 느낀다. 16주때 처음 느꼈던 태동부터 해서 그간의 태동이 귀여운 꿀밤의 느낌이었다면, 요즘 느끼는 태동은 권투선수의 필살기 한방과 같은 느낌이다. 배 전체가 쾅쾅하고 움직이도 하는데, 뚱이는 내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ㅋㅋㅋ) 예전에는 태동을 느끼면 그저 신기하고 이게 맞나 싶었는데 요즘엔 몽글몽글한 마음이 든다. 이게 모성애는 아니겠지만 뭔가 먹먹하고 빨리 영웅이를 보고 싶단 마음, 그리고 나에게 온전히 의지하고 있는 영웅이를 생각하면 뭔가 울컥한 마음이 든다.
2. 이런 태동은 항상 감사하다. 영웅이가 아주 실컷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구나, 자신만의 근육을 발달시키고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 지금까지의 임신을 겪으면서 안도감, 안정감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 것인가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게 느껴왔다. 이러한 격한 태동은 32주까지 지속된다니 아파도 되고, 신경쓰여도 되니까 쭈욱 영웅이가 격하게 움직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3. 배가 불러오며, 출퇴근하며 겪는 지하철 에피소드는 점점 늘어만 간다. 어제는 출근시간에 늘 그렇듯 같은 곳에서 지하철을 탔다. 임산부 석에 웬 비임산부가 앉아있길래 반대편에 가서 서 있었다. 잠시후, 호흡이 잘 되지 않는 느낌이 들며, 이러다 쓰러질 것만 같은 느낌이 세게 들었다. 손잡이에 의지하며 조금 참고 있었는데 앞에 있는 여자 분이 나에게 바로 자리를 양보해주셨다. 괜찮다는 텅텅 빈말을 했지만 감사하게도 다시금 양보해주셨고, 나는 천만 다행히도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4. 자리에 앉으면 괜찮아지겠거니 안도했지만, 현기증은 가시질 않았다. 여기서 쓰러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찼고, 앉아서 쓰러졌다 종점까지 가버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호흡을 의지하고 있던 손풍기를 들고 있을 힘도 없어졌고, 그래 이대로 쓰러지는구나 하고 포기하게 되었다. 다행히 내리기 한 정거장 전쯤에 가까스로 정신이 돌아왔다. 내려서 의자에 앉아 마스크를 벗으니 얼굴 한가득 식은땀이 나 있었다. 나에게 자리를 양보해 준 그 여자분에게 한 없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나중에 임신졸업 후 가벼운 몸이 되면, 부끄러워 말고 항상 자리를 양보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5. 사실상 예정일까지 무려 세 달이나 남았지만 이제 슬슬 이 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출산의 두려움이 가끔씩 생각난다. 제왕절개냐 자연분만이냐 또한 결정된 상황도 아니지만 둘 다 두려운 것은 사실. 나는 덤덤할 줄 알았는데 이런 두려움이 조금씩 드는 걸 보면, 시간이 갈수록 더하리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영웅이가 건강하게 건강하게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6. 뚱이는 감수성이 풍부해서 그런지 참 영웅이를 잘 챙긴다. 매일 밤 내가 영양제를 먹었는지도 챙기고 카페인이 든 커피를 마시는지도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한다. 다음 산부인과 방문에서 무슨 검사를 하는지도 잘 기억하고 있어, 어쩔때는 나보다 낫다 싶을 때도 있다. 뚱이가 이렇게 큰 관심을 가지니 함께하는 임신이란 생각이 든다. 뚱이가 영웅이 태어나서도 부디 이렇게 잘 살뜰이 챙기길 바랄 뿐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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